당신의 마음。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호호글라라 2017. 9. 12. 13:27

2017년 9월 12일 연중 제23주간 화요일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어떤 청년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저는 “직장은 잘 다니고 있니?”라면서 안부를 물었지요. 그랬더니 이 청년은 회사 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말을 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가 회식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너무나 자주 있는 회식과 함께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술자리가 회사 일보다 더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직장 상사가 그 사실을 모르냐고 물었지요. 모든 부하직원들이 힘들다고 하는데 직장상사는 눈치가 없는지 오히려 직원들이 너무나도 회식을 좋아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이런 실험이 있었습니다. 한 그룹은 높은 권력 조건에 속하고, 다른 그룹은 낮은 권력 조건에 속합니다. 높은 권력 조건에 속한 그룹에게는 타인에게 명령했던 경험을 기억해보라고 했고, 낮은 권력 조건에 속한 그룹에게는 타인에게 명령 받았던 경험을 기억해보라고 했습니다. 그 후 여러 장의 표정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진마다 어떤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지 파악할 것을 요구했습니다. 실험 결과, 높은 권력 조건의 사람들은 낮은 권력 조건의 사람들보다 사진 속 표정에서 감정을 읽는데 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앞선 직장상사가 왜 부하직원의 고충을 읽지 못하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실험이 아닐까 싶습니다. 만약 다른 이들의 감정을 잘 읽지 못하고 있다면 이 점을 기억해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남들보다 윗자리에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만큼 다른 이들의 감정을 읽을 수가 없다는 것을 말입니다.

 

주님께서 왜 겸손한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입니다. 우리를 진정으로 알기 위해서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셨고, 가장 낮은 자의 모습으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습니다. 그만큼 우리들을 사랑하시기 때문에, 우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겸손의 모습을 취하셨던 것입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열 두 명의 제자가 등장합니다. 자신의 뜻을 따라서 도움을 줄 제자들을 뽑으셨던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들의 상식을 뛰어넘는 선택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던 종교지도자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한 능력과 재주를 가지고 있는 사람도 없습니다. 대부분이 어부였고,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받던 세리를 비롯해서 힘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했던 열혈당원도 있었습니다. 심지어 당신을 팔아넘길 유다 이스카리옷까지 제자로 뽑은 것은 정말로 이상하지 않습니까? 도저히 당신의 일에 있어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은데 말이지요.

이것 역시 겸손의 모습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부족하고 나약한 모습을 갖춘 사람 역시 당신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겸손의 주님을 믿고 따르겠다는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 역시 겸손해야 합니다. 그래야 나의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명언: 밝은 곳에서 혼자 걷는 것은 어두운 곳에서 친구와 걷느니만 못합니다(헬렌 켈러).

 

 

모두의 책임

  

오래전 미국 워싱턴 주 ‘클라이드 힐’이라는 마을에서는 시장을 뽑는 선거에서 글쎄 동전 던지기를 사용했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시장 선출 선거를 했는데 아주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고, 두 후보 모두 똑같은 표를 얻은 것입니다. 그래서 재투표를 할 줄 알았는데 선거관리 위원회에서는 글쎄 동전을 던져 결정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어처구니없다며 항의를 했습니다. 그때 선거관리 위원장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것이 어리석은 방법이라고 나무라지 마십시오. 한 사람, 단 한 사람만 더 투표에 참여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입을 다물고 말았습니다. 사실 그것은 모두의 책임이었기 때문입니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마음으로 행동할 때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하나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사실은 왜 모를까요? 그래서 세상 안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들이 나 하나로부터 시작된 우리 모두의 책임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