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2017년 11월 22일 성녀 체칠리아 동정 순교자 기념일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요즘 청년들 사이에 ‘이생망’이라는 신조어가 있다고 합니다. 무슨 뜻일까요? 대부분의 어른들은 모르시겠지만, 청년들은 대부분 알더군요. ‘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해서... 한국 사회에서 태어났다고.... 그래서 이번 생이 망했다는 것입니다. 조금만 뒤쳐져도, 또 약간의 고통과 시련이 주어지면 ‘망했다.’, ‘실패다.’라면서 좌절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모릅니다. 그러나 꼭 안정적으로 살아야 성공의 삶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일까요?
솔직히 실패를 발판 삼아서 훨씬 더 탄탄하게 성장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보게 됩니다. 저 역시 많은 실패를 통해서 지금의 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지금 저는 참 많은 곳에서 강의를 합니다. 신학교, 성당, 방송국, 기관 등에서 저를 불러주셔서 강의를 하고 있지요. 강사생활만 거의 17년을 했습니다. 오랜 시간이 저를 능숙하게 만들었고 그러다보니 이제는 강의를 못한다는 평을 거의 받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처음 강의를 할 때에도 지금과 같았을까요? 아닙니다. 1시간 강의하는 것도 얼마나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중간에 강의록이 생각나지 않아서 어색한 웃음을 지으면서 “강의록 좀 보겠습니다.”라면서 엉망진창의 강의를 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계속된 실패였습니다. 그러한 실패들이 모아지면서 지금은 조금 괜찮아진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지금도 실패를 계속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 실패는 저를 더 나아지는 모습으로 만드는 영양분입니다.
‘이생망’이라는 생각도 또 이런 쓸데없는 말을 사용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실패를 경험하면 ‘더 나빠질 일도 없겠지. 이제 더 좋아질 일만 있겠구나.’라는 마음으로 살아보면 어떨까요? 이러한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면서 지금에 충실한 사람들을 주님께서도 도와주십니다.
오늘은 미나의 비유입니다. 열 명의 종들에게 각각 한 미나씩을 나눠주지요. 그리고 주인이 왕권을 받고 돌아왔는데, 한 명의 종만이 그 한 미나를 수건에 싸서 보관하고 있다고 그대로 돌려드리지요. 이 모습에 주인은 악한 종이라고 꾸짖으면서 가지고 있던 한 미나를 열 미나를 가진 사람에게 주라고 명령합니다. 주인에게 손해를 끼친 것도 아닌데, 안전을 위해서 그냥 가지고 있었는데 왜 화를 내고 꾸짖는 것일까요?
바로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을 향한 말씀인 것입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맡겨주신 능력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으름이 오히려 악한 것이라는 것입니다. 실패를 두려워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실패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려는 노력과 정성을 보시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해야 할 것들이 참 많습니다. 해야 할 것들을 귀찮다는 이유로, 재능이 없다는 이유로, 힘들다는 이유들로 하지 않는다면 분명히 주님의 뜻과 반대된다는 것을 잊지 마십시오.
오늘의 명언: 우리는 사상이나 힘으로 승리한 사람들을 영웅이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고귀한 미덕을 가진 사람을 영웅이라고 부르겠습니다(로맹 롤랑).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죠?
직장생활이 너무나 힘들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을 종종 봅니다. 하긴 우리나라의 직장인 행복도가 OECD 국가 중에서 최하위권이라고 하니, 그렇게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이 당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힘들다는 분에게 “직장이 그렇게 힘들면 그만두지 왜 계속해서 직장생활을 하세요?”라고 묻습니다. 그러면 ‘세상 물정 참 모르시네.’라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직장생활을 하지 않으면 살 수가 없잖아요.”라고 말씀하십니다. 가정의 생계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힘들지 않고 직장생활을 할 수가 있을까요?
밥 먹는 것을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밥 먹는 것이 지겹고 힘들다고 오늘부터 밥 먹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아니지요. 당연히 그리고 무조건 먹어야 합니다. 그렇다면 만약 입맛이 없을 때, 또는 식사 준비하는 것이 힘들 때에는 어떻게 하십니까? 외식이나 맛있는 식사를 준비를 해서 밥 먹는 즐거움을 만들지 않습니까?
직장생활도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밥 먹는 즐거움을 만드는 것처럼, 직장생활을 하는 즐거움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즉, 지금의 자리에서 의미를 찾아간다면 어떨까요? 그렇게 어렵고 힘든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