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호호글라라 2017. 9. 14. 09:16

2017년 9월 14일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빠다킹 신부와 새벽을 열며

  

인색함이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가전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유통회사가 있었습니다. 이 회사는 ‘싼 것이 최고’라는 광고 문구와 함께 가장 싼 상품만을 판매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돈을 소비하는데 인색하기에 분명히 싼 것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처음에는 반짝 판매량이 늘었습니다. 하지만 상품의 질이 떨어진다는 소문과 함께 사람들은 더 이상 이 유통회사를 찾지 않았습니다.

사람들이 자신들의 지갑을 여는데 인색하다는 판단 아래 인색함을 강조하는 전략을 내세웠지만, 실제로 사람들은 인색하지 않은 것입니다. 비싸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지갑을 엽니다. 더군다나 가격을 내리기 위해서는 생산원가를 낮출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제품은 좋아질 수가 없겠지요. 그 피해는 누구에게 돌아갈까요? 바로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이유들로 이 유통회사는 결국 망했다고 합니다.

인색하면 이를 받아들이는 상대방 역시 인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나친 인색함으로 사람들과 나누지 않고, 더 많이 가지려는 욕심이 커질수록 사람들과의 관계는 가까운 사이가 아니라 먼 관계로 변할 것입니다. 결국 나의 지나친 인색함이 오히려 내게 나쁜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그래서 엄청난 기부를 하는 미국의 대기업 회장 중의 한 명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기부는 결코 주머니를 비우는 게 아니다. 항상 더 많은 것이 되돌아온다.”

기부를 많이 해서 사람들 모두가 잘 살게 된다면, 사람들은 지출을 계속하게 될 것이고 그만큼 회사는 번성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주님께서는 어떠하셨을까요? 주님께서는 당신의 모든 것을 다 내어주셨습니다. 조금의 인색함도 없었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나약하고 부족한 인간의 육체를 취해서 이 땅에 오셨지요.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 아무런 죄도 없으신 분이 십자가의 죽음을 당하십니다. 그만큼 우리 인간을 사랑하셨고, 사랑하시기에 당신의 모든 것을 내어 줄 수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이란 당신이 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주는 것이다.’라는 어떤 현자의 말처럼 진정한 사랑이 어떤 것인지를 우리들에게 보여주셨습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인 오늘,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속죄하시려고 지신 십자가를 묵상하고 경배합니다. 이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우리 역시 다짐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뜻을 따라 내어주는 사랑을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말이지요.



오늘의 명언: 모든 만남은 삶의 성숙과 진화를 가져온다. 다만 그 만남의 의미를 올바로 보지 못하는 자에게는 스치는 인연일 뿐이지만, 그 메시지를 보고 소중히 받아들이는 이에게 만남은 성숙의 과정이다(법상).

  

 

마음의 변화

  

제가 생활하는 사제관 냉장고 안에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곧바로 꺼내어 먹을 수 있는 김치를 비롯한 각종 반찬들이 있고, 또 맛있는 과일도 있습니다. 그리고 달달한 아이스크림 역시 냉장고 안에 있어 언제든지 곧바로 먹을 수가 있습니다. 그러나 냉장고 안에는 이렇게 곧바로 먹을 수 있는 것만 있지 않습니다. 냉동실 안에 꽁꽁 얼려 있는 국이나 밥이 있으며 음식의 맛을 돋우는 파나 마늘, 고추 등 역시 그냥 먹을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곧바로 먹을 수 없는 것들을 필요 없다고 버릴까요? 아니지요. 데워서 먹거나 아니면 조리를 해서 먹으면 아주 맛있는 음식이 됩니다.

어쩌면 우리의 마음도 이 냉장고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곧바로 꺼내어 놓을 수 있는 행복이 있는 반면에, 본인의 노력과 정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행복도 있지 않습니까? 그것이 바로 고통과 시련입니다. 솔직히 고통과 시련은 그냥 그 자체만으로는 나의 것으로 간직하기에 너무나 힘듭니다. 그 무게가 너무 크고, 어려움을 가져다주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그냥 고통과 시련을 무시하고 없는 것으로 생각해야 할까요? 아닙니다. 마치 음식을 요리하듯이 정상과 노력을 통해서 소중한 나의 행복한 삶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순간적인 만족과 편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순간도 피하지 않겠다는 굳은 마음의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