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마음。

10월 18일 화요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호호글라라 2017. 10. 18. 17:44

10월 18일 화요일 성 루카 복음사가 축일

 

“가거라. 나는 이제 양들을 이리 떼 가운데로 보내는 것처럼 너희를 보낸다.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도 지니지 말고, 길에서 아무에게도 인사하지 마라.” (루카 10,3-4)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세상 한가운데로 파견하십니다. 그런데 제자들에게 돈주머니도, 여행 보따리도, 신발마저도 지니지 말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이 빈털터리로 길을 나섰으니 자신들은 물론이고 도와주어야 할 사람들을 만나도 그들을 도와줄 돈도 양식도 없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은 세상과 무엇을 나눌 수 있는지요?

 

불교에서는 우리가 꼭 물질적 베풂만으로 덕을 쌓는 것이 아니라, 눈빛, 환한 웃음, 부드러운 말씨 이런 것이 다 좋은 업(業)을 쌓는 것이라고 가르치지요.

마찬가지로 예수님의 제자들이 가지고 간 것은 주님께 받은 사랑과 격려, 용기, 배려, 믿음과 같은 아름다운 미덕이었을 것입니다.

돈이나 식량으로 베풀면 한계가 있었을 터이지만, 그들이 가진 정신적 가치는 아무리 베풀고 나누어도 모자람이 없었을 것입니다.

 

저 자신을 둘러보아도 홀몸으로 사는 사제이지만 참으로 많은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방 안 가득 쌓인 책들, 부엌 가득한 그릇들, TV, 냉장고를 비롯한 각종 집기들….

사목적으로 사람들을 가르쳐야 하고, 때로는 접대도 해야 하고, 세상 정보를 얻으려면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제 삶을 합리화합니다.

그런데 신자들이 사목자에게 바라는 것은 훌륭한 지식도, 물질적 나눔도 아니며, 온갖 세상 정보는 더더욱 아닌 것 같습니다.

따뜻한 미소와 사랑, 격려, 용기, 배려와 같은 삶에 지친 이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평화를 주는 신앙의 가치들일 것입니다.

 

신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물질적인 베풂과 나눔도 중요하지만, 먼저 따뜻한 마음과 부드러운 웃음부터 이웃과 나누어야 합니다.

이것이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기꺼이 빈 몸으로 파견하실 수 있는 이유일 것입니다.

 

- 전원 바르톨로메오 신부